해운대에 놀러 가자는 이야기는 늘 농담처럼 오르내렸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셋 다 컨디션이 좋아서 “오늘은 진짜 간다”로 합의가 됐다. 나까지 포함해서 세 명, 대학 때부터 붙어 다니던 친구들끼리 평소처럼 가벼운 맥주나 한 잔 하자는 분위기였는데, 해운대 바다를 보면서 마셨더니 술맛도 기분도 덩달아 올라가더라.
해운대 해변을 슬슬 걸으면서 사람 구경도 하고, 노을도 보고, 약간은 들뜬 마음으로 헌팅 비슷한 것도 해봤다. 그런데 현실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말 섞는 것도 애매하고, 분위기도 안 맞고, 괜히 시간만 보내는 느낌. 그때 친구 하나가 한마디 했다.
“야, 이렇게 어정쩡하게 시간 보내느니 차라리 제대로 놀고 가지 않을래? 해운대 룸싸롱 중에 고구려라고 국내 최대 규모인 데 있다던데?”
그 말에 나랑 다른 친구도 눈이 딱 마주쳤다.
애초에 오늘 해운대 온 이유도 “조금은 특별하게 놀아보자”라는 마음이 있었으니까. 결국 우리는 헌팅 실패의 씁쓸함은 빠르게 잊고, 해운대 룸싸롱 중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고구려를 목표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 이름, 이미 여러 번 들어본 곳이었다.
건물 앞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느낌이 달랐다.
입구부터 압도적인 스케일이 느껴졌고, 간판에서부터 풍기는 “우리는 다르다”라는 기운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마감이며 조명, 복도 하나까지도 호텔급으로 정돈되어 있어서 정말 “국내 최대 규모 해운대 룸싸롱”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약해 둔 이름을 말하니 직원이 아주 자연스럽게 안내해 줬다. 말투나 태도도 딱 필요한 만큼의 예의와 여유가 있어서 괜히 더 믿음이 갔다. 넓은 복도를 지나 룸에 들어가니까, 이미 테이블 세팅이 끝나 있었고 조명도 부담스럽지 않게 은은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자리 잡고 앉아 첫 잔을 따라 마시는데, 친구 하나가 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야, 오늘 여기서 제대로 놀고 가면 해운대고구려 단골해야겠다.”
그 말에 다 같이 웃었지만, 속으로는 살짝 기대감이 더 올라갔다.
잠시 뒤, 직원이 슬쩍 귀띔을 해줬다.
“여기는 아가씨가 150명 이상이라, 초이스 들어가면 아마 행복한 고민 하시게 될 거예요.”
솔직히 그 말이 처음에는 과장인 줄 알았다. 아무리 해운대 룸싸롱이라도 150명이라는 숫자가 쉽게 와닿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곧 우리는 그 말이 그냥 멘트가 아니라는 걸 몸소 느끼게 됐다.
해운대 룸싸롱 거기서 만나 나의 최애
첫 번째 그룹이 들어왔다.
대략 스무 명 정도 되는 아가씨들이 한 줄로, 혹은 자연스럽게 흩어져서 룸 안으로 들어오는데, 스타일이 정말 다양했다. 청순해 보이는 타입, 도도한 타입, 웃을 때 귀엽게 보이는 스타일, 성숙하게 꾸민 언니 느낌까지. 셋이서 눈을 마주치며 슬쩍 슬쩍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아직은 첫 판이기도 해서 쉽게 선택을 못 하겠더라. 우리도 모르게 “일단 다음 그룹도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그룹이 들어왔을 때는 이미 머릿속이 살짝 혼란스러웠다.
“아 이 친구도 괜찮다, 저 친구도 매력 있는데…”
문제는, 한 번 선택을 하면 그걸로 끝이라는 생각에 자꾸만 욕심이 생기는 거다. 셋 다 괜히 조용해져서 서로 눈치만 보다가 결국 또 다음 그룹을 보기로 했다.
그리고 세 번째 그룹이 들어오는 순간, 난 딱 알았다.
“아, 오늘 내 파트너는 저 사람이다.”
조명이 살짝 떨어지는 자리였는데도 눈에 확 들어오는 실루엣, 깔끔하게 떨어지는 원피스 라인, 그리고 들어오면서 주변을 살피는 그 여유 있는 표정까지. 이미 마음속에서 답이 정해져 버려서, 세 번째 그룹이 다 들어오기도 전에 난 슬쩍 손짓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직원이 확인하듯 물었다.
“이 분으로 도와드릴까요?”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부터 오늘 밤 해운대 룸싸롱 고구려에서의 기억은 완전히 다른 색으로 덧칠되기 시작했다.
그녀가 내 옆자리에 앉자 자연스럽게 향기가 먼저 스며들었다.
과하지 않은,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은 묘한 향.
첫 인사부터 목소리가 너무 부드러워서 괜히 긴장이 풀렸다. 이런 자리가 몇 번이라도, 처음 앉을 때의 어색함은 늘 있는데, 그녀는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웃는 포인트도 잘 맞고, 농담을 던져도 받아치는 센스가 상당했다. 가끔 술잔을 채워주면서 손등이 살짝 스치고, 노래를 부를 때는 옆에서 마이크를 같이 잡으면서 어깨가 닿고, 귓가에 가깝게 얼굴을 가져와 “이 노래 좋아해요?”라고 묻는 순간마다 괜히 심장이 두 번씩 뛰는 기분이었다.
대놓고 과한 스킨십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적당히 선을 지키면서도 남자의 말초신경을 건드리는 타입. 내 말에 집중해 주다가도 장난스럽게 눈을 마주치며 비밀스러운 미소를 짓는 그 표정 하나하나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게, 술은 자연스럽게 비워지고 노래는 계속 이어졌다.
친구들 쪽을 슬쩍 봤더니, 각자도 자기 파트너와 꽤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한 친구는 이미 텐션이 끝까지 올라가서 노래방 마이크를 놓지를 않았고, 또 다른 친구는 조용히 앉아서 아가씨와 진지한 이야기까지 나누고 있더라.
그 모든 풍경이 한 룸 안에서 동시에 펼쳐지는데, “아, 오늘 해운대 와서 진짜 제대로 노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다들 해운대 룸싸롱 하면 고구려부터 떠올리는구나 싶었다.
계산서를 받아 들었을 때, 1인당 대략 40만 원 정도 나왔다.
처음 보면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솔직히 그 밤에 우리가 누린 분위기,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파트너와 보낸 시간들을 떠올리면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해운대라는 장소 특유의 설렘, 국내 최대 규모라는 압도감, 150명이 넘는 아가씨들 중에서 겨우겨우 선택한 단 한 사람, 그리고 그녀와 함께한 몇 시간의 농밀한 공기. 이 모든 걸 합치면 “40만 원으로 이런 경험을 또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나중에 셋이 밖으로 나와 바닷바람을 쐬면서 서로에게 물었다.
“야, 솔직히 오늘 만족도 몇 점이냐?”
한 친구는 95점이라 했고, 또 한 친구는 “이건 100점 줘도 된다”며 웃었다. 나는 굳이 점수를 매기기가 애매했다. 그냥 “오늘은 오래 기억날 거다”라는 말밖에 안 나오더라.
집에 돌아오는 길, 휴대폰으로 다시 한 번 해운대고구려 검색을 해봤다.
리뷰들도 하나같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규모, 라인업, 분위기, 서비스까지 해운대 룸싸롱 중에서도 독보적인 곳이라는 평가. 직접 다녀온 입장에서 보니 그 말이 단순한 광고 문구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다.
물론 이런 자리가 자주 가는 곳은 아닐 거다.
특별한 날, 정말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오늘은 제대로 한 번 즐기고 가자”라고 다짐했을 때 찾을 만한 곳. 해운대에 또 놀러 가게 된다면, 우리는 아마 다시 고민 없이 이곳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해운대 바다, 밤공기, 그리고 고구려에서의 그 몇 시간.
그날의 조명, 음악, 잔을 부딪치던 소리, 옆에서 속삭이던 그녀의 목소리까지… 사소한 디테일 하나까지 또렷하게 떠오르는 걸 보면, 내게 해운대 룸싸롱이라는 단어는 이제 거의 “해운대고구려에서 보낸 그 밤”과 같은 의미가 되어버린 것 같다.
언젠가 다시 한 번, 그때의 멤버 그대로.
똑같이 셋이서 해운대 바다를 보고, 또다시 이곳 문을 열게 될 날을 은근히 기대하게 만드는 밤이었다.